본문 바로가기

* 문화/연예/레져/생활/책

* ‘부천시민으로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스노우보드 신동 조현민 군과 아버지 조원채 씨를 만나다

 

 

 

 

 

 

 

 

“현민이는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계 랭킹 1위인 미국의 숀 화이트와 대결을 펼쳐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그래서 부천시민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게 목표입니다.”

 

초등학생 스노우보드 선수 조현민(부천 부광초 5) 군 아버지 조원채(42)는 현민군의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 군은 지난 2월 28일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제95회 동계 체육 대회 스노우보드 프리 스타일 하프파이프 남자 초등부에서 89.2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언론과 관계자들은 평창에서 금메달을 기대할 유망주로 조 군을 뽑았다.

 

조 군은 스노우보드 세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4살 때 스노우보드를 타는 모습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 되면서 ‘몬스터 베이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조그마한 체구에 어린이가 설원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모습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조원채 씨는 조현민 군의 아버지이자 기술감독, 매니저, 영상촬영, 홍보관리, 장비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선생의 입장에서 볼 때 기본기는 완성되어 있다고 평가 했다.“현민이는 제자리에서 점프해 공중에서 옆으로 6바퀴를 돌고 착지한다. 참고로 김연아 선수가 공중 3회전 점프를 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도 “스노우보드 기술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플립(flip: 점프 후 공중에서 몸을 구부려 회전하는 기술)이다. 보통 사람들은 앞으로 하는 것도 어려운데 현민이는 전후좌우 네 방향으로 플립이 가능하다. 또한 국내에서 하프 파이프를 타면서 공중 3회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올해 소치 출전자인 김호준, 이광기 선수와 현민이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38개월 때 조 군의 재능이 범상치 않음을 알았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스키장의 장애물에서 점프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훈련방법을 개발해 매일 하루 4시간 씩 가르치고 기본기를 닦았다. 아이는 잘 따라왔고 지금까지 10년 동안 출전한 150여개 관련 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을 물었다. 조 씨는 1년에 1억 원 정도 들어가는 훈련비의 지원이 필요하다 했다.“피겨선수들이 자기의 프로그램을 대회 직전에 공개하는 것처럼 스노우보드 선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답은 해외 전지훈련인데 지금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현민이의 경우 이제 기본기 훈련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보며 자신의 것을 개발하는 응용이 필요한 단계인데, 이것을 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조 씨는 현재 상동의 원룸에서 아들과 월세로 산다. 한 때 잘나가는 사업가였지만 사업이 실패해 가세가 기울었다. 그러나 아들의 재능을 썩힐 수 없어 도당동의 집과 차를 팔고, 스키와 스노우보드 강사를 하며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겨울 시즌에만 4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훈련비는 조 씨가 혼자 감당하긴 벅차다. 다행히 웅진플레이도시에서 훈련 장소를 제공받고, 보드 제작업체 퀵실버 등에서 도와주긴 했지만 여전히 버겁다.

 

궁여지책으로 트램펄린(쇠틀에 넓은 그물망이 스프링으로 연결되어 올라가 점프를 할 수 있는 운동구)을 활용한 기술 훈련 방법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를 설치할 곳도 마땅치 않아 웅진플레이도시 옥상에 놓고 훈련한다. 여기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바로 옆이라 분진도 많고, 여름에는 내리쬐는 햇볕에 기구에 올라서기도 어려운 곳이다. “트램펄린이라도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기량의 발전보다 아이의 건강을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조현민 군에게 스노우보드를 타면서 가장 신나고 좋았을 때를 물었다. 1등하거나 사람들에게 칭찬 받을 때라고 말할 것 같았는데 그의 대답은 달랐다. “아버지와 함께 스노우보드를 탈 때가 가장 재미있다. 그때가 가장 신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소원을 물었다. 현민이는 “모든게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메달도 따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더 이상 걱정할 거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두 부자는 부천시민의 응원과 관심을 부탁했다.“사실 강원도에서 소속을 옮기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부천시민으로 평창에 나가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거절했다”며 “시민 여러분들께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취재 최정미 기자